블록체인 기술은 의료 데이터의 위·변조 방지, 환자 중심의 정보 주권 보장, 병원 간 정보 공유의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 백신 접종 이력, 임상시험 데이터, 원격진료 기록 등 다양한 의료 정보가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 및 관리될 수 있으며, 개인정보 보안과 의료 시스템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블록체인의 의료 적용 사례와 장점, 기술적·사회적 한계,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건강 데이터 관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의 기술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내 건강 정보가 과연 나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을까였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어디에 저장되고,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다른 병원에서 공유될 수 있는 건 아닌지 실제로 몇 년 전, 병원 간 진료기록이 자동 연동되면서 편리함을 느끼는 동시에, 왠지 모를 찜찜함도 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저는 의료정보의 소유권과 보안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블록체인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블록 단위로 기록하고 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정보의 위조나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입니다. 암호화폐 기술로 먼저 알려졌지만, 이제는 의료 데이터 관리, 환자 정보의 신뢰성 확보, 데이터 투명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환자 중심 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건강정보의 주체는 환자라는 원칙 아래, 환자가 직접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해졌습니다. 저 역시 건강 관련 앱을 사용하면서 내가 정말 이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었던 적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내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저장하고, 가공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의료 시스템 안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실제 도입된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기술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변화와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적용되는 방식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의 무결성과 접근 권한 관리에 강점을 가지며, 이를 의료 시스템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전자의무기록의 위·변조를 방지할수 있습니다 환자의 진료기록은 가장 민감한 정보 중 하나입니다.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해당 데이터가 수정되거나 조작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데 특히 의료사고나 진단 오차 발생 시 기록의 진위 여부가 중요한데, 블록체인은 이런 분쟁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두번째 병원 간 정보 공유 플랫폼이 있습니다 병원마다 의료 정보 시스템이 달라 진료 이력이나 검사 결과가 연동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병원 간 상호 신뢰 기반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며, 환자의 동의 하에 특정 정보만 선택적으로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에서는 전국 의료기관이 블록체인 기반 정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정보를 연동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로 백신 접종 및 건강이력 인증이 가능한데 코로나19 이후 백신 접종 기록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위변조 없이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졌습니다. 한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백신 여권을 발급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이 그 신뢰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번째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가 가능합니다 임상시험 결과 조작은 제약 산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각 실험 단계의 데이터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위조나 삭제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높입니다. 세계보건기구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임상시험 등록 시스템 개발을 검토 중입니다. 다섯번째로 의료 마이데이터와 환자 중심 건강관리가 가능합니다 내 건강정보를 내가 소유하고 활용한다는 마이데이터 개념이 확대되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건강정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환자는 특정 병원에 자신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송하거나, 헬스케어 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저도 최근 블록체인 기반 의료 플랫폼 체험 기회가 있었는데, 로그인이 아닌 지갑 주소를 통해 신원 인증을 하고, 진료기록을 열람이 아닌 다운로드 후 내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정보에 대한 통제권이 나에게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고, 디지털 헬스 주권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기술적·제도적 과제가 많습니다.
사람중심 설계에 대한 중요성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정보를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서 분명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위조를 방지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만큼이나, 의료와 기술의 만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현실적인 문제들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에 기록된 의료 정보는 삭제가 어렵기 때문에, 실수로 잘못 입력된 정보에 대한 수정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은 정보의 공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존재합니다.
제가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정보가 분산되어 저장된다면, 내 정보가 누구의 서버에 있느냐였습니다. 분산저장은 보안에는 강하지만, 사용자로서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설계와 제도적 안전장치가 병행되어야만 실질적인 의료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이 시스템이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기술의 인간 중심 설계가 필요합니다. 저는 의료정보가 나만의 자산이 되는 시대를 기대하면서도, 그 기술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으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블록체인은 의료의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고, 환자 중심 의료로 나아가는 길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환자를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보다도, 사람을 중심에 두는 설계 철학과 사회적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 역시 사용자로서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술이 더 따뜻하고 믿을 수 있는 의료를 가능하게 하길 기대해 봅니다.
